요즘따라 딸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문화센터를 듣거나 수업을 듣는데 평소엔 잘 참여하던 걸 하기 싫다고 나가지도 않고 누워서 보고만 있더라고요. 상황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어서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 속 고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장면을 마주합니다.
양치질을 하자고 하면 “안 할래!”
장난감 정리를 하자고 하면 “싫어!”
옷 입자고 하면 바닥에 드러눕고, 밥 먹자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럴 때 부모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억지로라도 시켜야 하나,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
누군가는 ‘아이를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습관을 위해선 부모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답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많지만, 내 아이 앞에서는 늘 헷갈리고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순간,
부모가 어떻게 기다려야 하고, 또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아이의 ‘하기 싫음’ 속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거부할 때, 그 안에는 분명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하기 싫다’는 표면적인 말 뒤에는 감정, 컨디션, 상황에 따라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온 아이는 양치질조차 큰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니면 부모와 다투거나, 속상한 일이 있었던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도 있죠.
또 아이는 스스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합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고 싶은데, 부모가 “지금 당장 해!”라고 다그치면 더 강하게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 순간, 자율성이 빼앗긴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지금 하기 싫구나.”
“오늘 기분이 좀 안 좋구나.”
“지금은 마음이 준비 안 됐구나.”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내 감정을 이해해 주는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보다,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스스로 마음을 돌릴 기회를 가집니다.
기다림도 훈육이다,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갖자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 준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흐를 때까지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믿고,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며, ‘너는 준비되면 할 수 있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아.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주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준비되면 해보자.”,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와 같은 말은 아이에게 여유를 줍니다.
억지로 지금 당장 시키기보다, 시간을 주면 스스로 ‘이제 해볼까?’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부모는 가끔 착각합니다. 기다려주는 것이 게으른 훈육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사실 기다림은 훈육의 한 방식입니다.
억지로 시켜 얻는 행동은 아이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기다림은 아이의 내면 동기와 자율성을 키워줍니다.
물론, 시간이 너무 오래 흐르고 생활 패턴이 무너질 것 같다면 “지금은 꼭 해야 하는 일이야”라고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다림과 단호함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다림이 필요 없는 순간보다 기다림이 더 필요한 순간이 아이에겐 훨씬 많습니다.
기다림과 말해줌, 그 기준을 구분하는 법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야 할 때와, 해야 할 이유를 말해줘야 할 때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준을 알면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 감정폭발 후
아이가 울거나 떼쓰며 거부하는 순간,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정리되기 전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충분히 기다린 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로 차분하게 말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준비 부족일 때
스스로 해내는 자신감이 부족해서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기다림과 함께, “엄마가 도와줄게.” “처음부터 다 잘할 순 없어.” 같은 말로 작은 성공을 만들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시도하게 됩니다. - 위험 상황
안전과 건강이 걸린 문제라면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즉각적인 제지와 설명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건 위험해. 기다릴 수 없어.”와 같이 분명하게 알려주세요. - 습관 형성 중일 때
정리정돈, 양치, 인사 같은 기본 습관은 기다림과 함께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관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기다림과 설명의 기준은 상황마다 다릅니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때로는 시간을, 때로는 이유를 알려주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기다림이 결국 자율성과 자신감을 키운다
아이들은 모든 걸 빠르게 잘할 수 없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속도로 성장합니다.
하기 싫어하는 순간, 부모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그 시간이 쌓여서 아이는 언젠가 스스로 “이제 해볼래”라는 마음을 가집니다.
부모는 때론 답답하고 조급하지만, 그 기다림이 결국 아이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억지로 시켜서 얻는 행동보다, 스스로 준비된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이에게는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순간,
조급해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그 기다림이야말로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가장 든든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