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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철학과 상징,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분석

by 으누밈 2025. 7. 30.

오늘 갑자기 남편이 재밌어보이는 영화를 알아왔다면서 함께 보자고 하길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게 되었어요. 처음엔 기대도 별로 하지 않았고 좀 병맛인가? 했는데 몰입력도 어마어마하고 연기도 너무 잘해서 완전 빠져서 봤어요. (ㅎㅎㅎ 닮은 배우분때문에 살짝 집중을 깰 때도 있었지만 또 나름 신선했네요 ㅋㅋ) 메시지도 너무 뚜렷하고 정말 참신한 연출법도 또 너무 이상하지도 않아서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혹시나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킬링타임용으로 너무 추천드립니다!

초반에는 마블 멀티버스랑 겹치는 내용 아닌가 했는데 정말 너무 참신하고 재밌었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결말부분이 궁금해져서 추천도 할 겸 분석 내용을 포스팅으로 남겨볼게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하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단순히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 가족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선택의 의미를 다룬 철학적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영화 속 다층적인 상징과 서사는 한 번의 감상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우며,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게 만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 철학적 요소와 상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마지막 결말 장면이 주는 메시지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멀티버스를 통한 존재론적 질문

멀티버스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핵심 서사 장치이지만, 단순히 화려한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평범한 세탁소 주인으로서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지만, 무수한 평행 우주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자신을 체험하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맞닥뜨립니다.

이 과정은 동양철학의 장자 호접몽이나 서양철학의 니체 영원회귀와 닮아 있습니다.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 중 어떤 것도 궁극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허무를 동반합니다. 영화는 이런 모순적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삶의 의미를 묻습니다. 특히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현대 사회에서 무한한 선택지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 자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베이글’과 ‘도넛’의 상징성

영화 속 상징 중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조이가 만든 ‘모든 것을 삼키는 베이글’입니다. 이 베이글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삶의 무의미와 공허를 상징합니다. 조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된 뒤 모든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고, 그 공허함을 베이글이라는 이미지에 투영합니다.

반대로 영화 속에서 도넛은 따뜻함과 위로, 가족 간의 연대를 상징합니다. 도넛은 영화 후반부에서 웨이먼드가 에블린에게 내미는 손길과도 연결되며, ‘허무를 채우는 따뜻한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대비는 불교의 공(空) 사상과 닮아 있으며, 허무와 의미는 둘 다 삶의 일부이며 선택에 따라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족 서사와 화해의 철학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중심은 결국 가족의 화해에 있습니다. 에블린은 딸 조이와의 세대 간 갈등, 남편 웨이먼드와의 가치관 차이, 아버지와의 오랜 상처를 동시에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에블린은 이 모든 우주에서의 경험을 통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의 해답임을 깨닫습니다.

웨이먼드의 대사,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어"는 영화 전체의 철학을 함축한 문장입니다. 세계가 혼란스럽고 무의미해 보일 때조차, 작은 친절과 이해가 관계를 회복시키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멀티버스의 스케일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따뜻한 가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말 해석: 공허 속에서 발견한 의미

영화의 결말에서 에블린은 수많은 가능성을 경험한 뒤, 결국 자신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완벽한 삶’이나 ‘이상적인 우주’를 찾으려 하지 않고, 불완전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합니다.

이 결말은 허무와 공허를 극복한 뒤,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조이가 만든 ‘공허의 베이글’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에블린이 품고 안아야 할 삶의 일부가 됩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도 묻습니다. “모든 선택지가 무의미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사랑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가 보여준 대로, 결국 인간관계와 감정에서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앤원스는 멀티버스라는 화려한 설정 뒤에 숨겨진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 속 허무를 직면하면서도, 결국 사랑과 화해라는 인간적인 선택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여정은 우리 삶에도 중요한 울림을 줍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볼수록, 단순한 액션과 코미디가 아닌 삶에 대한 성찰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 깊은 경험을 기대해도 좋습니다.